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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8 14:44:33, Hit : 1255

작성자 : encoula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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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황선윤] 1일 오전 5시40분쯤, 김천시 환경관리과 장지현(56) 과장은 휴일이지만 평소처럼 일찍 일어났다. TV뉴스를 보다 우연히 코오롱유화 김천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오전 3시10분쯤 화재가 발생한 지 2시간30분쯤 뒤였다.

정 과장은 ‘불이 난 공장이 하천에 인접해 있고, 페놀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곧바로 현장으로 내달렸다. 하천 담당인 김인석(48) 수계보전관리담당에게는 “현장에서 만나자”고 연락했다.

오전 6시쯤 화재 현장에 도착한 장 과장과 김 담당은 유화공장에서 600m 떨어져 흐르는 대광천을 둘러봤다. 별다른 이상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전 7시10분쯤, 흰 거품과 붉은 물이 대광천으로 흘러드는 것을 발견했다. 소방당국이 불을 끄기 위해 뿌린 물과 거품에 공장 안 페놀·포르말린 찌꺼기가 섞여 생겨 오염된 물이었다. 순간적으로 1991년의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이 떠올랐다고 한다.

장 과장 등은 주위에 있던 시민 2명과 함께 삽과 손으로 오염된 물이 대광천 쪽으로 흘러들지 못하도록 둑을 쌓기 시작했다. 포클레인도 요청했다. 동시에 오염물질의 감천·낙동강 유입 가능성을 시 직원을 통해 대구지방환경청과 경북도에 알리도록 지시했다. 대광천은 생활하수가 흐르는 너비 3~4m의 작은 하천. 대광천이 페놀에 오염되면 400m 아래 감천을 거쳐 25㎞ 떨어진 낙동강까지 오염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전 7시30분, 포클레인 한 대가 도착했다. 코오롱유화의 하수구와 대광천이 만나는 지점 아래에 높이·너비 2~3m의 둑 쌓기 작업에 나섰다. 첫 번째 둑은 20여 분 만에 끝냈다. 이어 한 시간 동안 100m 간격으로 두 개의 둑을 더 쌓았다. 대광천에서 감천·낙동강으로 더 이상 유입되는 것은 차단할 수 있었다. 오전 8시쯤 코오롱유화 측은 대구지방환경청 구미출장소에 오염물질의 유출 가능성을 알렸다.

하지만 페놀이 섞인 오염된 물이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간 지 이미 4시간이 넘은 뒤였다. 코오롱유화 관계자는 “화재가 난 1층에 남아 있던 페놀 등 대부분의 원료는 불에 타 없어졌다. 타고 난 페놀 재가 소화수와 함께 도로 등을 통해 감천으로 유입된 것 같지만 그 양은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불이 난 지 하루가 지난 2일 오전 낙동강 물에서 페놀이 검출되고, 취수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장 과장은 “좀 더 빨리 방제 벽을 쌓았어야 했다”며 “4시간여 진화 과정에서 페놀 찌꺼기가 도로·하수구를 통해 대광천으로 유입돼 낙동강까지 흘러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천시와 코오롱유화는 2일 장 과장 등이 쌓은 둑 안에 있던 오염된 물을 공장 폐수처리장 저장조(600t)로 옮겼다. 폐수처리장을 가동해 정화 처리한 뒤 다시 내보내기 위해서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대광천에 (장 과장 등이 쌓은) 둑이 없었더라면 더 많은 양의 페놀이 감천·낙동강에 유입돼 엄청난 환경 재앙이 일어났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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