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코드를 맞추지 못해 곤욕을 치렀던 인사들을 속속 전면에 등장시키고 있다. 떠들썩하지는 않지만 *정권교체*를 실감케 하는 현상이다.
◆한미동맹파의 귀환
외교통상부를 이끌게 된 유명환 장관과 권종락 1차관도 따지고 보면 지난 정권에서 한때 *찬밥* 신세였던 인물이다. 두 사람은 모두 대미(對美) 외교 실무총책인 북미국장을 지냈다. 한미동맹파의 귀환을 상징하는 인물은 2004년 1월 북미 3과장을 지낸 조현동 씨다. 당시 외교통상부 내 *동맹파*와 청와대 *자주파* 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이 경질됐다. *자주파*의 이 같은 공세는 조 과장에 대한 징계로부터 시작됐다. 조 과장이 사석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청와대 내 일부 386인사들을 폄하했다고 외교통상부 내 일부 사무관들이 청와대에 알렸다. 조 과장은 보직 해임됐다. 인도 대사관에서 3년간 근무하고 돌아온 그는 이번 주부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에서 3급 행정관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공무원으로서 국가가 (제게) 맡긴 일을 열심히 할 뿐"이라고 했다. 외교부에서는 자주파와 동맹파의 사투로까지 불렸던 당시 사태의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지목돼 현재 중앙대 교수로 파견 나가 있는 위성락 당시 북미국장 등의 복귀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항명(抗命)검사의 재기
"검찰을 정치권력의 시녀로 만든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숨긴 채 후배 검사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
1999년 초 대전 법조비리 사건 당시 검찰총장 등 수뇌부의 사퇴를 요구하다 면직된 심재륜(64) 전 부산고검장은 법원에 면직처분 무효소송을 내 2년6개월 만에 면직취소와 복직 판결을 받아낸 뒤 2001년 9월 서울 서초동 고검 청사에 *무보직 고검장*으로 출근했다. 2002년부터 변호사로 개업한 그가 국가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권익위원회는 국가청렴위원회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소청심사위원회 등 3개 기관이 통·폐합된 기관이다. 심 변호사는 "며칠 전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개인정보 열람동의서를 보냈다"고 말했다.
◆코드 못 맞춘 인사들
김성호 전 법무장관은 2007년 4~5월 청와대의 눈총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그가 분식회계를 자진 신고한 기업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제해주거나 기업을 상대로 한 무분별한 소송에 대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친(親)기업적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작년 6월엔 중앙선관위로부터 선거중립 의무 조항을 지키라는 권고를 받은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황에서 "공직선거법의 공무원 선거중립 의무 조항이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작년 8월 자진 사퇴한 그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장으로 지명됐다. 그는 "(국정원을) 오로지 국익을 위한 최고의 역량을 갖춘 순수 정보기관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또 노무현 정부 때 한직(閑職)에 머물렀던 공무원들도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중앙인사위원회에서 유일하게 청와대 근무경험을 갖지 못했던 김명식씨가 청와대 인사비서관(1급)으로 발탁된 것이 그 시발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