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이후 최대규모의 국립대병원 파업이 예상된다. 서울대병원·경북대병원·강원대병원·충북대병원이 파업에 돌입한다. 강원대병원은 2000년 국립대병원으로 설립된 지 25년 만의 첫 파업, 충북대병원은 2001년 파업 이후 24년 만의 파업이다. 이재명 정부가 공공의료 확충과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있는 마당에 국립대병원 노동자가 파업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그 “공공의료 확충”과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하기 위해서다.
서울대병원 노사 단체교섭에서는 ‘서울대병원이 국가중앙병원이다’ ‘아니다’로 싸움이 벌어진다.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국립대병원이 국가중앙병원이 되고 싶다면 정부 의료정책의 파트너로서 의료의 위기를 극복하는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국립대병원은 어떤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는 국립대병원 주무부처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정책이 포함됐다. 서울대병원분회는 이관에 찬성한다. 그런데 이관만으로는 국립대병원이 처한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 ‘국립중앙의료원-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보건소’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국가가 공공·지역의료를 총괄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또 공공의료를 전면 강화하는 한편 현재 한국의 의료체계에서 95%에 달하는 민간병원이 지역의료를 함께 책임지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정 권한이 필요하다. 쉽지 않은 정책이다. 시장의 저항과 공공병원의 역량 부족, 정부와 공공기관장의 소극적이고 안일한 인식, 부족한 예산 배정 등 걸림돌이 많다. 그러나 현재 국민이 겪는 의료공백의 고통과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을 놓친 피해(치료가능사망률), 지역에서 서울로 진료를 보기 위해 발생하는 국가적 낭비를 생각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걸림돌을 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해 병상수는 넘치지만 정작 국민이 필요로 하는 지역에는 병원이 없다. 간호학과 졸업생의 절반이 간호사를 하지 않는 데다가 일하는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수는 너무 많다. 전체 의사수는 부족하지만 특정과목 병·의원은 넘쳐난다. 한국의 의료공백은 이런 상황에서 발생했다. 부족한 자원은 어렵더라도 예산을 투입해 생산하고 기형적으로 배치된 자원은 조정해야 한다. 여기에 국립대병원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돈벌이만이 아닌 공공의료를 책임질 수 있는 인력 양성, 모든 인류의 보건 향상을 위한 연구, 어느 지역에 살든 소외 없이 최상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립대병원이 해야 할 교육·연구·진료다.
서울대병원장은 교육·연구 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로 복지부 이관을 반대한다. 이는 전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과 다름없다.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국립대병원의 설립 목적인 교육·연구·진료는 국민보건 향상이라는 공공의 목표를 향해야 한다. 세 가지 중 무엇이 우선이라는 순위 다툼, 정부의 관리는 받기 싫고 지원만 받고 싶다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국립대병원을 포함한 공공병원의 공익 적자, 정원 통제와 열악한 조건으로 인한 만성 인력 부족, 불합리한 총인건비제는 국립대병원 역량 강화를 위해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국립대병원이 공공의료에 대한 사명감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고, 정책 기능을 갖추기 위한 노력으로 정부 정책의 든든한 파트너를 자임할 수 있을 때 국가중앙병원이 될 수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빠르게 정부와 병원 경영진과 노조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파서 고통받고 있는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소를 잃은 외양간을 어떻게 고칠 것인지를 아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9월17일, 서울대병원분회는 강원대병원·경북대병원·충북대병원분회와 함께 한국의료를 바꾸는 공동파업에 돌입한다. 정부와 병원 경영진은 노동자와 시민의 요구에 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