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빗장 풀린 의료AI ①] 검증 끝나지 않은 의료 AI, 비용은 환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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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빗장 풀린 의료AI ①] 검증 끝나지 않은 의료 AI, 비용은 환자 몫

의료연대본부 2026-10-13 조회수 13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7166 

정식 신의료기술평가 통과 0건 … 공급가보다 최대 2.6배 청구

  • 기자명우다영 기자
  •  
  • 입력 2026.10.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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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정식 검증을 마치지 않은 인공지능(AI) 의료기술이 국립대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일부 병원은 AI 프로그램의 공급가격보다 약 2.6배 높은 금액을 환자에게 청구했다.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효과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기도 전에 환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국립대병원 AI의료기기 비급여 현황 및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승인일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립대병원 의료 AI 도입 사례 55건 중 27건이 비급여로 운영됐다. 건강보험이 적용된 사례는 5건, 정부지원으로 환자 부담이 없는 사례는 23건이었다. 비급여로 운영된 27건은 환자가 사용료를 모두 내야 한다.

심정지 위험 예측에 일주일 10만원, 공급가 최대 2.6배

병원에서 주로 사용하는 의료 AI는 환자의 상태가 나빠질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환자의 혈압과 맥박, 검사 결과 등 병원에 기록된 정보를 분석해 심정지나 패혈증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측한다. 위험이 높다고 판단하면 의료진에게 알리고, 의료진은 이를 참고해 환자를 살펴보거나 필요한 검사와 처치를 결정한다. AI가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살피는 일을 돕는 것이다.

병원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사용한 날짜에 따라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한다.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할 때 참고하는 AI 프로그램에 하루 단위로 사용료가 붙는 셈이다.

강원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사용하는 ‘딥카스(DeepCARS)’는 입원환자의 심정지 위험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두 병원이 업체에 지급하는 공급가격은 하루 7천700원으로 같은데, 환자 청구액은 더 높았다. 강원대병원은 공급가격의 약 1.8배인 하루 1만4천원, 양산부산대병원은 약 1.9배인 1만4천300원을 받았다. 양산부산대병원에서 7일간 사용하면 환자가 내는 돈은 10만100원이다. 충남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은 각각 월 구독 형태로 2천156만원, 2천733만5천원에 공급받고 복지부 권역책임의료기관 AI기반 진료시스템 지원 사업으로 재정보상을 받고 있지만, 환자에게 청구할 때는 회당 1만4천500원을 받았다.

환자의 상태 악화와 패혈증 위험을 예측하는 ‘바이탈케어(AITRICS-VC)’는 가격 차이가 더 컸다. 강원대병원은 하루 5천500원에 공급받아 환자에게 약 2.5배인 1만4천원을 청구했다. 공급가격보다 하루 8천500원 높은 금액이다. 7일간 사용하면 환자 부담은 9만8000원이다.

경상국립대병원에서 사용하는 ‘이씨지 버디(ECG Buddy)’는 심전도 검사 결과를 AI로 분석해 의료진의 판독을 돕는다. 병원 공급가격은 회당 1만1천원이지만 환자에게는 두 배인 2만2천원이 청구됐다.

정식 평가 승인 0건, 평가 신청 5건도 심사 중


문제는 이들 의료 AI가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정식 평가를 마치기도 전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를 통해 정식 평가 이전에도 의료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기간 비급여로 분류되면 환자에게 사용료도 청구할 수 있다.

의료 AI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모든 검증을 마친 것은 아니다. 식약처는 의료기기 자체를 허가하고, 신의료기술평가는 해당 기기를 환자 진료에 활용하는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효과를 검토한다. 평가유예 제도는 식약처 허가 등을 받은 의료기술이 정식 신의료기술평가를 마치기 전에 의료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자료 분석 결과 정식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한 의료 AI는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 평가유예 기간이 끝나 정식 평가를 신청한 5건도 모두 심사가 진행 중이었다. 평가유예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한 사례는 4건이었다.

평가유예 기간은 원칙적으로 2년 이내지만, 요건에 따라 한 차례 연장하면 최대 4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일부 유형은 최대 3년간 유예할 수 있다. 유예기간이 끝나기 30일 전까지 정식 평가를 신청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용을 이어갈 수도 있다.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최종 평가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수년간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셈이다.

병원은 월정액 구독, 환자는 사용한 만큼 부담

병원이 AI 프로그램을 공급받는 방식과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도 달랐다. 일부 병원은 프로그램을 월정액으로 구독하면서 환자에게는 사용일수나 횟수에 따라 비용을 청구했다. 병원이 업체에 지급하는 구독료는 일정하지만,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환자가 늘거나 사용기간이 길어지면 환자에게 청구하는 금액도 증가한다.

전종덕 의원은 “의료 AI의 도입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최종 평가가 끝나지 않은 기술을 환자 부담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며 “특히 국립대병원에서 의료기기 공급가격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금액을 환자에게 청구하는 사례가 확인된 만큼, 비급여 가격이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가 환자 부담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