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의료AI ②] 시장 진입은 쉽게, 사후관리는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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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풀린 의료AI ②] 시장 진입은 쉽게, 사후관리는 구멍

관리자 2026-10-14 조회수 8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7180


규제완화 이후 정식 평가 통과 ‘0건’ … 여전히 불안한 의료기술

  • 기자명우다영 기자
  •  
  • 입력 2026.10.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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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시장 진입을 허용한 인공지능(AI) 의료기기 23건 가운데 올해 9월까지 정식 평가를 통과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식 평가를 마치지 않은 의료기술이 환자에게 먼저 사용되는 상황에서, 사용현황과 이상반응을 관리하는 체계에도 허점이 지적된 바 있어 사후관리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용현황 보고 의무화했지만 정확성 검증에 허점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를 통해 시장 진입을 허용받은 AI 의료기기는 23건이다. 이 가운데 4건은 유예기간을 한 차례 연장했다. 유예기간이 끝나 정식 평가를 신청한 의료기기는 5건으로 모두 심사 중이다. 정식 평가를 통과한 사례는 없었다. 복지부 장관이 직권으로 평가한 사례도 없었다.

유예기간이 끝나 사용이 종료된 의료기기도 1건 있었다. 해당 의료기기는 2년간 사용 실적이 없었고, 기간 연장 신청도 반려됐다. 복지부는 이후 관련 평가유예 고시를 삭제했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새로운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절차다. 평가유예 제도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의료기술에 대해 정식 평가를 최대 2년간 미루고 먼저 사용하도록 허용한다.

정부는 정식 평가를 마치지 않은 의료기술의 사용현황과 부작용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사용현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하며, 사망을 포함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즉시 알려야 한다.

그러나 지난 5월 복지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종합감사에서는 평가유예 의료기술의 사용 실적을 정확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업체가 병원별 사용량을 취합해 매달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제출하지만, 최초 사용 이후 비급여로 이뤄지는 진료는 건강보험 청구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체가 제출한 사용량이 실제 진료내역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단이 부족했던 셈이다.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해 보고 내용이 맞는지 확인할 권한과 절차도 관리지침에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연구원이 추진한 관리시스템 역시 의료기관이 사용 실적을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환자 진료기록과 대조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뇌출혈, 심정지 등 이상반응 늦게 알았다

복지부 감사에서는 AI를 포함한 의료기술 등을 허용하는 혁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안전관리 문제도 확인됐다. 혁신의료기술은 AI·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한 의료기술을 포함해 안전성과 잠재적 가치 등을 평가받아 지정된 기술이다. 임상적 효과를 뒷받침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정해진 조건 아래 의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복지부 감사에 따르면 한 혁신의료기술 업체가 보고한 이상반응 17건 가운데 9건(52.9%)이 정해진 기한을 넘겨 제출됐다. 뇌출혈과 뇌경색 재발, 심정지, 혈관 파열에 따른 하반신 마비 등 중대한 이상반응에 관한 보고서도 제출되지 않거나 늦게 제출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일부 중대한 이상반응을 파악하지 못해 관련 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환자에게 나타난 이상반응과 의료기술의 관련성을 검토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제때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감사 이후 관리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진료기록과 환자정보를 활용해 의료기술의 안전성을 추적 관리하고, 위험 신호가 발견되면 현장점검과 사용조건 변경에 나서겠다는 내용이다.

다만 정부가 정식 평가를 미룬 채 시장 진입을 허용한 AI 의료기기 23건 가운데 올해 9월까지 정식 평가를 통과한 사례는 없어 여전히 안정성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지는 과제로 남는다.

정부는 새로운 의료기술의 시장 진입을 앞당기는 데 힘을 쏟아 왔다. 복지부는 안전관리 허점을 지적하면서도 같은 감사에서 혁신의료기술의 시장 진입 절차를 간소화한 것을 정책 성과로 평가했다. 정부는 2022년 10월 AI·디지털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와 신속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혁신의료기술의 평균 평가기간은 약 200일에서 65일로 줄었다. 의료현장에서 사용하는 혁신의료기술은 4개에서 31개로, 실시 의료기관은 48곳에서 898곳으로 크게 늘었다.

김윤 의원은 “의료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혁신적인 기술이 의료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환자 안전과 의료기술의 효과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평가유예 이후 정식 평가와 사후관리 체계가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