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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6 08:51:24, Hit : 1921

작성자 : 공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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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가영.김경진] 　# “당신은 이제부터 ‘관리종목’에서 제외야.” 지난달 27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국회 재경위 소속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이런 전화를 받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경제부처 관료였다. 그는 “지난 4년간 노무현 정부 장관들에겐 그렇게 까칠하더니 여당이 되니 태도가 부드러워졌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솔직히 여당 의원이 되고 보니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다”며 웃음 지었다.

#지난해 12월 대선 직후. 서울 당산동 대통합민주신당(현 통합민주당) 당사 주변에 주차해 놓은 수십 대의 차에 불법 주차 딱지가 붙기 시작했다. 이 건물은 애초 주차 공간이 부족했던 탓에 신당 관계자들은 영등포구청의 양해하에 인근 주택가에 주차를 해 왔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마자 이런 특혜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주차 단속 딱지를 떼어내던 한 당직자는 “아, 정말 우리가 야당이 됐구나”라는 장탄식을 내뱉었다.

10년 만의 정권교체로 여야가 뒤바뀐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에서 보이는 풍경들이다. 한나라당은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무거워진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민주당은 정권을 잃은 아쉬움을 딛고 ‘야성’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10년간 몸에 밴 습성 탓에 웃지 못할 일이 많이 생긴다.

◇“대통령에게 얘기 좀 해 달라”=8년간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들어간 A씨. 그는 최근 공무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다가 머쓱한 일을 당했다. “이건 이래서 실패했고, 저건 저래서 실패했다”며 질책만 늘어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들의 표정이 이상했다. 마치 “이제 여당이거든요”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아직도 야당 습성을 못 버리고 비판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퍼뜩 정신을 차렸다”고 털어놨다.

서울 광진갑에 공천 신청을 한 권택기 전 당선인 비서실 정무2팀장은 지역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얘기를 해 달라”는 요구를 많이 접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취임 후 민심을 너무 못 읽는다”는 꾸중도 듣는다고 한다. 야당 당직자일 땐 한번도 못 겪은 일이다.

◇여당 증후군 겪는 민주당=하루아침에 여당에서 야당으로 신세가 뒤바뀐 민주당은 요즘 ‘여당 증후군’에 빠져 있다. 임종석 원내수석부대표는 29일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해 국회 통외통위 회의에 참석했다 깜짝 놀랐다. 대부분이 민주당 의원이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이 “여당인 줄 알고 열심히 온 사람이 또 있네”라는 농담을 던졌다. 임 수석부대표는 “상임위 표결 때 여당은 정부 협조 차원에서 야당보다 빨리 출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무의식 중에 마음이 급했던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때도 비슷했다. 보통 야당은 국회에서 표결만 하면 되는데도 민주당은 자체적으로 TF팀을 만들어 토론회와 공청회를 거쳐 대안을 내놨다. 정책위 관계자는 “여당 10년간 비판할 땐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웃어 넘길 수만 없는 신세 한탄도 나온다. 낮은 당 지지율 탓에 많은 의원이 재선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보좌진의 자리가 위태로워진 것이다. 수도권 지역 의원의 한 보좌관은 “지지율이 너무 낮아 우리 의원의 재선이 어려울 것 같다”며 “총선 뒤 백수가 될 것에 대비, 선배들을 통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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